아침에 일 때문에 제주도 출장을 가려고 집에서 나오면서 뉴스를 보는데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하나 떴다. IT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두번 이상은 들었을법한 2개의 거대 기업의 인수합병 뉴스다. 다름아닌 IT 세계의 거물인 IBM이 리눅스 분야를 포함한 오픈소스 진영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기업인 레드헷(RedHat)을 340억 달러(대략 38조 6천억원)에 인수한다는 뉴스다. 이는 오라클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 MySQL을 인수할 때 만큼이나 충격적인 뉴스다.


IBM이야 많은 사람들이 다 잘 아는 IT 세계의 대표적인 대기업이지만 레드헷의 경우 이쪽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눅스를 다룬다면, 서버 엔지니어라면, 오픈소스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초창기 리눅스 세계를 리드했던 기업이며 지금도 엔터프라이즈용 유료 리눅스인 RHEL(Red Hat Enterprise Linux)를 제공하고 있고 오픈소스 리눅스인 페도라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리눅스 서비스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들웨어 시장에도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레드헷을 IBM이 먹어버렸다는 얘기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뭘까?



IT계의 공룡, IBM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내용에 한해서지만 IBM은 서버 및 서비스 분야에서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기업이다. IBM은 특이하게 UNIX 계열인 AIX를 보유하면서도 파워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오픈소스인 리눅스 계열의 파워리눅스(PowerLinux)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또한 AIX OS와 파워 리눅스가 함께 돌아가는 파워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미들웨어에서는 현재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웹스피어(WebSphere)를 갖고 있는 것도 IBM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IBM은 소프트레이어(Softlayer)를 인수해서 베어메탈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도 갖고 있다. 소프트레이어는 IaaS이고 블루믹스라는 PaaS 플랫폼도 갖고 있으며 그 외에 다양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IBM은 2000년 이후부터는 스스로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 서비스 중심의 기업, 컨설팅 중심의 기업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실제로 IBM은 수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컨설팅이나 서버 시스템(OS나 미들웨어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IBM이 서버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로 IT계의 공룡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가 1990년대 말부터 웹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그 영향력이 줄어들었는데 어느 순간에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스스로의 상품 패러다임을 바꾼 뒤에 다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IT 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 기업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레드헷의 사업분야가 IBM과 겹치는데..


이런 IBM이 레드헷을 먹어버린다. 앞서 언급한 것을 보면 레드헷의 사업분야와 IBM의 사업분야가 대부분 겹친다. 레드헷이 UNIX를 취급하지는 않지만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인 RHEL을 제공하고 있으며 리눅스 관련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들웨어 시장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IBM은 AIX 뿐만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인 파워리눅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쪽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오히려 컨설팅 분야에 있어서 레드헷보다 한수 위다. 역량과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게다가 레드헷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들웨어 분야에서 현재 Top급이 IBM이 보유하고 있는 웹스피어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IBM과 레드헷 모두 플랫폼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상당수 분야에서 겹친다.


같은 리눅스라고 하더라도 카테고리가 다르다..


물론 분야는 같을 지라도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IBM은 전통적으로 대규모의 사업이나 정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왔고 영업을 해왔다. 기업 신뢰도 부분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물론 100년이 훨씬 넘은 그 업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IBM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큰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왔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레드헷은 대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기 보다는 중소기업, 대기업보다는 약간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본다. 물론 IBM처럼 대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정부는 대상 기업의 신뢰도, 업력 등을 따지는데 레드헷과 같은 오픈소스를 다루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못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그나마 오픈소스에 호의적인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중견기업에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IBM은 리눅스를 배포하고 서버를 판매하고 컨설팅을 한다고 해도 파워 아키텍처 기반이다. 그런데 레드헷의 경우 인텔의 x86 계열 CPU를 탑재한 서버에서 돌아가는 리눅스를 제공하고 그것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IBM의 경우 원래는 AIX 기반의 서버와 AIX OS를 이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AIX OS가 UNIX 계열이기 때문에 가격 문제도 있고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서 서버는 파워 아키텍처 기반으로 그대로 진행하면서 OS만 사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파워리눅스로 제공하는 상황이다. 안정성을 원한다면 AIX를, 리눅스를 원한다면 파워리눅스를 쓰라는 것이 IBM의 현재의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레드헷은 파워 아키텍처 기반이 아닌 x86 기반의 서버에 x86 기반의 리눅스인 RHEL과 페도라를 제공한다. 서비스의 카테고리가 틀리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공존이 가능한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IBM이 레드헷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IBM은 레드헷의 오픈소스 핸들링 경험 및 x86 관련 경험을 자사에 편입하여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IBM 리눅스의 컨설팅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레드헷의 경우 오픈소스를 다루는 기업이어서 받는 신뢰성에 대해서 IBM이 보증을 해줌으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중견기업에서 사업을 하는데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IBM이 서비스하지 않는 대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펼칠 수도 있고 말이다. IBM 입장에서는 오래된 조직이라는, 딱딱한 조직이라는 인식을 레드헷이라는 뭔가 젊은 조직 문화를 받아들여 희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IBM에 합병되는 기업들의 앞날이 그렇게 좋지만은..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은 그야말로 장미빛 인생인 것이고 실상은 안그럴 수 있다. IBM에 인수된 기업들 중 상당수는 IBM의 기업 문화에 눌려서 제대로 빛을 못보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로터스, DB2 등이 그런 케이스다. IBM은 인수한 기업을 완전히 장악하여 자신들의 스타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IBM은 상당한 업력을 지닌 기업이며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기업문화 역시 오랜기간동안 단단히 다져진 상태다. 공룡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를 하면서 지금의 위치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그 변하지 않는 문화가 어떤 의미에서는 기업의 아이덴디티가 되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나름 굳건하게 지탱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시대에서 빠른 변화 없이는 도태되는 지금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서비스의 범위를 넓힌 IBM


어찌되었던 IBM의 레드헷 인수는 IBM 입장에서는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파워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 UNIX, 리눅스 OS만을 다뤄왔던 IBM이 레드헷을 통해 이제는 x86 기반의 리눅스를 다루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IBM이 x86 기반의 서버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그 시장은 델, HP, Oracle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치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단 OS 측면에서 다양한 아키텍처를 다루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파워리눅스나 AIX가 레드헷의 x86 핸들링 경험을 흡수하여 좀 더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놀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레드헷이 진출하고자 하는 미들웨어 시장의 경우 이미 IBM의 웹스피어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상황인지라 레드헷이 계속 진입을 시도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베어메탈 기반의 IaaS에 AIX, 파워리눅스 외에 RHEL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보이기는 하다. 물론 소프트레이어가 x86 기반의 서버를 제공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앞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가상화 시장에서도 AIX 및 파워 아키텍처 기반의 PowerVM 말고도 x86 기반의 가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래저래 IBM 입장에서는 나쁠거 하나 없는 레드헷 인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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