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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의 현실, SI의 비합리성IT topics 2007. 8. 16. 10:27반응형ZDNet Korea에 괜찮은 칼럼이 있어서 소개한다. 류한석님이 쓴 칼럼인데 국내 IT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IT 업계 빅3의 빛과 그림자 (ZDNet Korea)
국내 대표적인 Big3 IT 업체라고 말한다면 삼성 SDS, SK C&C, LG CNS를 들 수 있다. 뭐 말이 좋아서 IT 업체지 정확히 말하면 SI(시스템 통합) 업체다. 대기업이나 관공서의 하청을 받아서 관련 시스템을 그 기업이나 관공서의 실정에 맞도록 개발해주는 회사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SI의 의미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IT 업종 중 대표적인 3D 업종이며 매일 야근에 밤샘근무, 그것도 모잘라 주말, 휴일 근무까지 밥먹듯 하는 그러한 업종이 바로 SI 업종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내의 SI 수주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Big 3, SDS, C&C, CNS다. 아마 국내에서 수주하는 SI 개발의 90%는 Big 3의 차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개발공정(?)은 갑-을-병-정의 계약관계식으로 이루어진다. 시스템 개발을 발주하는 대기업, 관공서가 '갑'이고 그 갑이 개발을 의뢰하는 회사가 '을'이다. 또 '을'이 혼자서 다 개발을 못하는 경우에는 개발분담을 위해, 혹은 모듈별 개발을 위해 다른 개발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 경우 '병'이 되며, '병'이 역시나 을과 같은 이유로 혼자서 맡은 부분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또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는데 그 경우가 바로 '정'이 되겠다. 이렇게 국내의 대부분의 SI 개발공정은 갑-을-병-정의 계약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있고 상당히 비효율적인 개발 프로세서로 진행되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Big 3는 '갑'이 될 수 없다.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기업의 계열사로 이루어진 Big 3는 각기 계열사의 SI 수주를 거의 도맡아서 한다. 삼성 계열사에서 수주하는 SI는 대부분 SDS가 맡고, SK는 C&C, LG는 CNS가 맡아서 개발하는 식이다. 관공서의 경우 쌍용정보통신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관공서의 경우 그다지 이득이 없어서 Big 3는 안하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간에 대부분 국내에서의 SI수주는 대기업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Big 3가 거의 다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Big 3가 직접 다 개발을 하는가? 거의 아니다. 직접 100% 다 개발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만 거의 없고 밑에 하청업체와 또 계약을 맺고 그 계약맺은 회사들이 다 개발을 한다. 삼성이 어떤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 SI 발주를 발표하면 SDS가 해당 계열사(개발을 발주하는)와 계약을 맺고 일정 및 금액을 협의한다. 그리고 SDS는 연결된 다른 하청업체들에 연락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회사들을 모으고 또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 계약한 회사들이 실제 개발을 담당하고 SDS는 주로 관리를, 발주한 회사는 SDS에서 중간, 결과 보고서만 받고 결과물을 수령하는 형식이다. 원칙적으로 한다면 발주한 회사는 SDS를 관리하고, SDS는 각기 계약한 회사들을 관리해야 한다. 즉, 발주한 회사가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고 지휘해야 하는데 거의 안하고 SDS가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고 지휘한다. 그리고 SDS와 계약한 개발 회사들이 전체적으로 다 개발을 하는 프로세서가 현재의 국내 SI 개발의 상황이다. C&C, CNS도 모두 다 마찬가지다.
뭐 좋다. 어떻게든 개발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발주한 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Big 3가 SI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거의 독점형식이 되어버렸고 그러다보니 발주하는 회사에서는 가급적 싼 가격으로 발주를 하게 된다. 갑-을-병-정의 계약고리에서 보면 갑은 계약한 금액을 을-병-정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을에게만 준다. 을이 받아서 나머지 계약한 병에게 주고, 병이 정에게 주는 형식이다. 그런데 갑이 을에게 100을 줬다면 을은 100중 5~60정도 갖고 나머지 4~50정도를 병에게 준다. 병은 그 4~50중에서 3~40을 갖고 나머지 10정도를 정에게 주게 된다. 저정도면 그나마 나은 것이다. 을이 100중 7~80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나머지 2~30으로 계약한 회사들이 나눠갖는 꼴이 종종 발생한다.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인 경우가 대부분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SI 수주를 하게되면 SW 개발과 동시에 HW 조달도 함께 하게된다. 발주한 금액이 예를 들어 100이라면 HW 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6~70이다. SW에는 많으면 30, 보통 10~15정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발주한 회사와 계약한 을이 HW 조달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HW 조달만으로 거의 80은 먹고 들어간다. 을과 계약하는 병, 정은 대부분 SW 부분 개발이다. 그러면 10~15정도를 나눠먹는 형식인데 을이 관리 비용으로 5정도 더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5~10정도를 병, 정이 나눠갖는 꼴이 되어버린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나도 예전에 SI 업체에 몸담고 있었다. 오래는 아니지만 대략 2년정도? 그때 대략 SI의 생리를 얼추 알아버렸다. 정말 못할 일이라고 말이다. 돈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강요만 하는 그러한 시스템이 너무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국내 IT의 대부분이 SI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하다. SI쪽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바로 '갑의 횡포'다. 갑이라는 지휘를 이용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며 강요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불필요한 야근과 주말, 휴일 출근이다. 자기네들은 쉬면서 밑의 하청업체 직원(을, 병, 정)에게는 출근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갑의 횡포'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의 수주를 받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필요도 없는 휴대폰을 갖게 된다. 거저 주는 것도 아니다. 가입하란다. SK, KTF, LG, 그리고 KT까지(KT는 KTF) 거의 강매한다. 안씀에도 불구하고 해야한다. 안하면 다음 프로젝트 참여에 상당히 불이익을 당하기 떄문이다.
이래저래 SI의 비합리성만 이야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 SI 프로세서의 비합리성은 상당부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국 IT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점점 이공계, 그중에서도 IT쪽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세서 아래에서는 누구든 제대로 일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다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반응형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