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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자로 완전히 문을 닫아버린 야후 코리아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1997년에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 코리아는 한때 국내 포탈서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 즉, 국내 포탈서비스의 구도는 야후 - 다음 - 엠파스 - 네이버로 넘어가는 이른바 주도층이 있었으며 그 시작을 야후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에 한때 지금의 네이버와 같은 위상을 구가했던 서비스가 사라진다는 점이 참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야후의 한국에서의 일기는 1997 - 2012로 총 16년을 한국에서 서비스했다.
최근 한국에서 점점 글로벌 IT 업체의 철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모바일 제조사로서는 HTC와 모토롤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소니 모바일 역시 소니 코리아에 편입되었지만 거의 국내 철수 단계가 아니냐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다. 모토롤라의 경우 디자인 센터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명맥은 유지할 줄 알았는데 철수를 결정해서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비스 업체로서는 일단은 알려진 것은 야후와 야후의 자회사인 오버추어다. 그 외에도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국 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기업들의 변명(?)은 대충 이렇다. 무분별하게 분산되어있는 자원(resource)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시장성에 대한 확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곳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즉, 한국 시장에 대한 더 이상의 매리트가 없기 때문에 더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물론 국내 언론들이나 블로거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의 변화와 한국 사용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제대로 반응을 못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강력한 견제에 힘이 부쳐서 나가는 것이라고 얘기되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와중에 야후의 전 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해당 글은 지금 지워진 듯 하지만 그 후폭풍은 대단하다. 많은 언론들과 블로거들이 해당 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당수는 야후 스스로의 실책을 한국의 소비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응이다. 일부 반응은 글로벌 서비스들이 왜 한국에서 실패하는지, 또 외면하기 시작했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한국 시장에서의 적응 실패를 한국 사용자들의 까다로운 성향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다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야후의 전 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의 내용이 야후 코리아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와 그 외의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점점 철수하려고 하는 이유를 한국 사용자들의 까다로운 입맛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의 경쟁에서 실패?
일단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로컬 시장(지역 시장, 국내 시장)에서는 로컬 사용자들의 성향 및 입맛, 룰에 맞추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그게 아니면 강력한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던지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들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국내의 모든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한다. 해외 기업이라고 그 룰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니면 강력한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서 말이다. 그게 스스로 일어났던 아니면 매체를 이용하던간에 말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애플의 아이폰이다. 애플은 국내에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아서 사용자들이 원해서 한국에 뿌리를 내린 경우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의 품질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좋으니 알아서 국내에 퍼지게 된 경우다. 외국계 기업들은 주로 후자의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서비스, 혹은 제품이 국내에 있다면 경쟁을 통해서 그 서비스를 이겨야 할 것이다. 야후의 경우에는 국내 No.1 포탈서비스인 네이버가 자리잡고 있고 그 뒤에 다음이, 그리고 네이트와 같은 국내 서비스들이 존재했다. 비슷한 성향의 서비스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야후는 일단 그 경쟁에서 밀렸다. 모토롤라나 HTC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라는 엄청난 플레이어의 존재, 그리고 LG와 펜택과 같은 국내 플레이어의 존재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모토롤라는 한때 국내에서 휴대폰 판매로 시장을 장악했던 경험이 있는, 즉 야후와 마찬가지의 위치에 있었던 회사다. 하지만 삼성과 LG 등의 국내 업체의 힘에 눌려서 국내 시장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품질 문제도 있었고 AS 문제도 있었고 그 외의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로컬 정책 vs 글로벌 정책?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적응못하고 퇴출하는 이유로는 철저하게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과 막강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그리고 제조사의 경우 AS 문제가 크다. 포탈 서비스의 경우를 보면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의 국내 포탈 서비스의 경우 국내 사용자들이 어떤 정보를 소비하는지 잘 알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 물론 이 과정 속에서 검색결과 조작이니 뭐니 하는 이슈도 나오기는 했지만 주로 엔터테인먼트 정보 소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게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컨텐츠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야후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봤지만 그런 시도는 주로 글로벌 시장 표준에 맞춘 것이며 국내 시장에는 잘 안맞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는 외국계 서비스나 기업들의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글로벌 원칙, 정책들이 한국 시장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본사의 원칙이라고 할 때 한국 지사, 혹은 한국 법인이 본사의 룰을 거부하고 한국 시장에 맞추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한국 지사의 힘이 어느정도 있는 외국계 기업은 그런 글로벌 룰을 어느정도 무시하고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꿔서 적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계 기업은 본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블로그 간담회 등에 가서 이런저런 불만사항을 얘기하면 그들도 알기는 하는데 본사의 정책으로 인해 못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계속 나오곤 했다. 즉, 외국계 기업, 혹은 서비스에는 본질적으로 태생적인 한계는 분명히 존재를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정책을 공통적으로 적용한다고 얘기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사용하는데 있어서 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글로벌 기준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미국 기준이 대부분인데 그게 한국 사용자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제품 자체가 워낙 성능이 좋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지 AS를 받아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시는 애플제품 안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애플도 그렇게 녹록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 본다. 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시리즈의 경우 제품에 대한 신뢰도나 앱스토어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등 에코시스템 덕분에 국내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지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만 봐서는 정말 아니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간에 국제 표준 룰이라고 얘기하는 글로벌 회사들의 이야기는 국내 시장에서,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한국 사용자들은 한국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원한다.
한국 IT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물론 한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있다. 철저하게 한국화 되어지는 것이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점점 글로벌 시대로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국가적으로 이득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한번 자세히 얘기해봐야겠지만 IT 서비스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IT 갈라파고스화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모바일 시장을 드는데 휴대폰 시장에서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가다고 너무 일본색이 강하고 일본만의 서비스를 앞세우다보니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부진에 빠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것이다. 한국도 이렇게 너무 한국화에만 사용자들이 빠지다보면 세계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기술적인 발전이나 서비스적인 발전을 못이룬채 한국 시장에만 특화된 제품으로만 시장이 장악되는 IT 갈라파고스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과거에는 한국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것이 기술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그래서 IT 시장의 테스트시장으로 각광받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미국이나 유럽 등의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시장의 소비자들 성향에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말이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 성향이 한국 사용자들의 성향과 비슷하게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대한 매리트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생각을 해야 할 필요는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는 얘기는 그닥 달가운 얘기는 아닐 것이다.
소비자는 그런거 안본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팔고 그 이득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물건이 되었건 서비스가 되었건, 혹은 브랜드가 되었건간에 말이다. 여기에는 한가지 변치않는 진리가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기업이 원하는 상품을 소비자가 따라오겠끔 하던지 말이다. 물론 그것은 소비자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폰이 국내에 아무런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알아서 퍼졌던 것,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 없던 류의 제품, 서비스였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 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했기 때문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대응하는 것, 그리고 경쟁 제품이 있다면 마케팅을 왕창하건, 더 좋게 만들던간에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것, 그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HTC, 모토톨라, 그리고 야후 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이유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이라는 것은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먼저 그 시장의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려고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본사의 방침에 거스릴 수 없다면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그런 노력도 없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자들에게 밀려서 퇴출당한 것을 그저 시장의 특수성, 소비자들의 특수한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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