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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전략폰, 제트가 국내에 출시 안 되는 이유를 보면서...Mobile topics 2009. 6. 23. 08:06반응형
이번에 발표된 삼성의 전략폰인 제트(Jet, S8000)가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제트가 GSM 기반의 2G 모델이기에 CDMA, 그리고 WCDMA가 기반인 국내 상황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출시를 하지 않는다고 삼성 관계자가 말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제트와 비슷한 레벨의 다른 모델을 국내에 런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외적으로 보이는 제트의 국내 런칭 불발의 이유는 이렇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업계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 관계자의 말이 그냥 변명이라는 것을 안다. 변명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둘러대는 말일 뿐이다. 국내 출시를 위해서는 이통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서 이통사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서 수많은 변화(라고 쓰고 스팩 다운이라고 해석한다 –.-)를 준다. 이통사의 수익구조에 제조사가 맞춰야 하는 국내 모바일 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제트 역시 초창기에는 국내 출시 계획이 있었으나 이통사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WiFi 기능 삭제, DivX, Xvid 코덱 삭제, 삼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브라우저인 돌핀 브라우저 삭제 등 기존 제품에서 핵심이라 여겨지는 기능들을 다 빼달라고 한 것이다. 거기에 DMB 기능과 멜론, 도시락 등의 음원 DRM 추가 등도 함께 요구사항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핵심 기능은 다 빼고 쓸데없는(뭐 DMB의 경우는 이해하겠지만) 기능 추가를 요구하기에 이럴 바에는 아예 국내 출시를 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듯 싶다. 그 이외에도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말이다…
해외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모델이 국내 버전으로 출시될 때에는 늘 이러한 스팩 다운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에 LG에서 출시한 아레나 역시 해외 버전과 국내 버전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WiFi 빠지고 DivX 재생기능 빠지고 DMB만 추가되는, 그리고 S-Class UI가 탑재되었다고는 하지만 해외 버전의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효과들이 다 빠진 좀 뻣뻣한 UI까지 너무 차이가 나기에 블로고스피어에서 논란이 되었던 경우도 있다. 또 노키아의 6210s 모델 역시 네비게이션 기능이 빠져서 논란이 되곤 했다. 이렇듯 늘 국내 버전의 경우 스팩 다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통사들이 자신들이 그 동안 가져왔던 수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통사들이 벌어들인 수익들은 대부분이 데이터 송수신료 및 DRM을 이용한 음원 판매 수익 등이었다. 하지만 WiFi가 지원되면 최근 국내에도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지원하는 공간이 많아졌기에 WiFi를 이용하여 3G 데이터망을 이용하지 않고 꽁짜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다던지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당연히 수익 면에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DRM 탑재의 경우 이통사만의 문제가 아닌 저작권협회와의 문제가 같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이통사만의 문제라도 치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통사도 DRM 음원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 꽤 짭짤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그 동안 어찌 보면 편하게 벌어왔던 것을 날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에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며 현재 국내법 또한 이통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국내법의 보호아래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정치권에 쏟아내는 로비는 엄청나다. 이통사들에 대한 법이 바뀌게 되면 수익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엄청나게 정치권에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해외에서 맹위를 떨쳤던, 혹은 떨치고 있는 휴대폰이 국내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삼성의 차세대 전략폰이라 불리는 제트는 국내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뭐 옴니아 시리즈들은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스마트폰이고 T*옴니아와 마찬가지로 이통사들도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제할 명분도 방법도 없기에 그냥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물론 CPU가 퀄컴으로 바뀔 것이며 DMB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피쳐폰이라 불리는 노멀폰의 대해서 국내 이통사들의 지배력은 절대적이기에 어쩔 수 없을 듯 싶다. 뭐 옴니아 시리즈들도 어느 정도의 스팩 다운이 예상되기는 한다(GPS 삭제나 WiFi 삭제가 있을 수가 있다 –.-).
이러다 보니 7월말에 나올 것이라고 열심히 떡밥 돌리고 있는 아이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우려의 목소리는 WiFi 제외다. 아이폰이 중국에 들어갈 때 WiFi를 뺀 상태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는데(사실여부는 아직 확인 못했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도입을 검토하면서 WiFi를 빼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애플이 중국시장을 위해 WiFi를 뺐는지는 확인 못해봤다) 만약 진짜로 애플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 WiFi를 뺀 상태로 갔다면 한국에서도 같은 요구사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뭐 한국의 경우 애플이 그러한 요구사항을 들어줄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현재와 같은 이통사 중심의 모바일 시장 구조에서는 이통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내 런칭이 불가능하기에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뭐 들리는 얘기로는 아직까지도 계약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가 진실인지는 7월말, 혹은 8월초가 되어야 알 수 있을 듯 싶다.
이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늘 얘기한다. 국내의 무선 시장이 활성화가 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통사 중심의 모바일 시장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이다. 이통사가 컨텐츠 유통 시장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다른 모바일 관련 업체들은 모두 이통사의 하청업체와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이폰의 열풍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 여론이 그쪽으로 몰리다 보니 이통사들이 어쩔 수 없이 Walled Garden 구조의 컨텐츠 유통 구조에서 오픈 마켓 플레이스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그냥 이통사들이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것으로 그냥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잘 벌어오고 있는데 괜히 바꿔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국내법 역시 이러한 이통사를 보호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더더욱 이통사들은 요지부동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SKT, KT와 같은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대형 이통사들이 무너지고 깨져서 새로운 경쟁시대로 들어서서 서비스 경쟁을 펼쳐야 무선 서비스 사업이 발전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안보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LGT가 오즈 서비스를 내놔서 대박 성공을 거둔 것 처럼, 충분히 국내 모바일 시장도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삼성의 제트가 국내 출시가 안 되는 이유를 보면서 참으로 갖힌 울타리만을 요구하는 국내 이통사들의 안일한 생각에 답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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