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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 아닌 예전 기술을 통해 발상의 전환으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면..Mobile topics 2019. 12. 23. 18:10반응형
삼성의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
최근 삼성전자가 재미난 제품을 소개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아직 정식 발매가 된 제품은 아니다. 아마도 2020년 상반기에 출시될 제품인데 다름아닌 인공지능 스피커인 갤럭시 홈 미니를 발표한 것이다. 11월 21일에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빅스비 개발자데이에서 공개했다.
참고로 이 갤럭시 홈 미니는 작년에 삼성 언팩 2018에서 갤럭시 노트 9가 소개될 때 함께 소개되었던 갤럭시 홈의 후속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선행 모델인 갤럭시 홈은 발표만 되었고 출시가 안된 상태이며 갤럭시 홈 미니는 내년에 출시가 예정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뭐 내부에 무슨 사정이 있길래 먼저 발표한 제품은 안나오고 나중에 발표한 제품이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던 갤럭시 홈 미니에 들어있는 재미난 기능이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갤럭시 홈 미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갤럭시 홈 미니가 실제로 시장에 나오게 되면 그때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뭐 기회가 되면 그 전에 빅스비 개발자데이 때 발표된 내용을 정리해서 포스팅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 홈 미니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어떤 의미에서 구글 홈 미니(이번에 네스트 미니로 바뀌었지만)나 아마존의 에코 닷과 비슷한 포지션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갤럭시 홈의 축소 버전인 셈이다. 그래도 구글 홈 미니나 에코 닷처럼 인공지능 스피커가 지녀야 할 덕목(?)은 대부분 갖춰져 있다. 음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석하여 그 해석에 맞는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를 음성으로 알려주거나 주변의 다른 기기를 동작시킴으로 결과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번 갤럭시 홈 미니가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름아닌 리모컨 적외선 송신기 4개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갤럭시 홈 미니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적외선 신호(IR)를 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만능 적외선 리모컨 4대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적외선 리모컨 기술을 통해 많은 주변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되다!
갤럭시 홈 미니는 이 4개의 리모컨 적외선 송신기를 통해 리모컨을 통해서 조작이 되는 전자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 스피커, 예를 들어 구글 홈 시리즈나 에코 시리즈, 홈 팟, 기가 지니, 누구 등은 음성을 통해 주변의 전자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기는 한데 그 전제조건이 해당 전자기기들이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에 유무선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해당 전자기기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해당 전자기기가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전송되는 제어 신호를 네트워크를 통해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했다. 즉, 인공지능 스피커의 제어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전자기기들만 제어가 가능했다. 네트워크에연결될 수 있는 전자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인공지능 스피커에 연결이 안되는 제품이라면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갤럭시 홈 미니는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는 전자제품들도 적외선 리모컨을 통해 조작이 가능하다면 제어를 할 수 있다. 즉, 옛날에 나온 스마트 TV가 아닌 일반 TV라도 리모컨으로 조작이 가능한 제품이라면 갤럭시 홈 미니를 통해서 제어가 가능하다. 실제로 빅스비 개발자데이에서 갤럭시 홈 미니의 이 기능을 시연할 때 네트워크에 연결을 할 수 없는 그 옛날의 한일 선풍기를 갤럭시 홈 미니를 통해 음성으로 선풍기의 전원 온오프 및 회전 등의 기능을 시연했다. 즉, 오래된, 옛날 TV, 에어컨, 선풍기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갤럭시 홈 미니에 국내에 나온 상당수의 적외선 리모컨을 등록시켜서 어지간한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난 갤럭시 홈 미니에 들어간 이 기능, 적외선을 통한 주변 기기 제어를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많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변의 많은 기기들과 연결해서 제어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많은 전자기기 제조사들과 협력을 통해 해당 인공지능 스피커의 제어 신호를 받아들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 나오고 있는 최신형 전자기기들, 예를 들어 TV나 에어컨 등은 이런 인공지능 스피커의 제어 신호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전자가전 시장을 봤을 때에는 이런 제품들은 그 가지수가 적고 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그리고 해당 인공지능 스피커가 나오기 전에 나왔던 제품들은 연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갤럭시 홈 미니는 이런 부분을 이미 기존에 해당 전자제품들이 갖고 있는 방식으로 대체를 했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적외선 리모컨을 통한 기기 제어는 존재했고 대부분의 전자제품들이 적외선 리모컨을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전자제품에 맞는 리모컨이 없으면 이른바 호환이 되는 만능 리모컨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조작이 가능하다. 즉, 적외선 신호를 받아서 제어하는 것은 수십년전부터 적용된 기술이다. 물론 세밀한 제어는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리모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는 리모컨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적외선 송신기 4개의 존재로 인해 갤럭시 홈 미니는 현재까지 나온 음성인식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되는 것이다. 물론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결되는 전자제품들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은 다 제어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리모컨을 통한 제어는 향후 아마도 십수년 이상은 계속 전자제품에 적용될 것이라 보기 때문에 향후 나올 제품에 대해서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즉, 갤럭시 홈 미니는 어떤 의미에서 옛날 기술(?)이라 불리는 적외선 리모컨 기술을 통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지원 디바이스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런 비슷한 케이스를 삼성은 예전에 선보인 적이 있다. 다름 아닌 현재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 있어서 킬러 기능이 되어버린 그 기술, 삼성페이 이야기다.
루프페이의 MST 기술을 적용한 삼성페이
삼성은 지난 2015년 중반에 갤럭시 노트 5와 갤럭시 S6 엣지+를 출시하면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다. 그런데 삼성이 삼성페이를 선보일 때에는 이미 애플이 애플페이를 선보여서 서비스를 하고 있을 때이며 알리페이 등 다른 모바일 페이 서비스들이 한참 선보일 시기다. 그 당시에도 이미 페이 서비스들 중에서 후발주자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현재의 삼성페이의 사용률이나 시장에서의 위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서 킬러 앱으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삼성이 삼성페이를 내놓을 당시 다수의 모바일 페이 서비스들은 NFC 기술을 이용한 결제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애플페이가 이 방식이며 다른 모바일 페이 방식도 그랬다. 아니면 알리페이처럼 바코드 방식을 이용하던가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페이 서비스와 호환이 가능한 포스(POS) 시스템을 구비해야만 했다.
MST 기술을 통해 기존 POS 시스템을 흡수하다!
그런데 삼성페이는 좀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물론 삼성페이 역시 NFC 방식을 이용한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 더(One more things...) 추가가 되었다. 삼성은 삼성페이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루프페이(LoopPay)라는 회사를 인수한다. 이 루프페이가 MST 기술(마그네틱 전송 기술)을 이용하여 결제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으며 삼성페이는 이 MST 기술을 삼성페이에 적용하게 된다.
삼성페이에 적용된 이 MST 기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긁는 방식(지금은 대부분 신용카드도 IC 방식으로 바뀌어서 마그네틱 부분을 긁는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을 이용하는 것으로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에 삼성페이가 적용된 갤럭시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무척이나 편리한 방식이다. 이 기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어찌되었던 이 기술 덕분에 삼성페이는 기존 모바일 페이 서비스들이 전용, 혹은 호환되는 POS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기존 NFC 기반의 모바일 페이 서비스들은 해당 모바일 페이의 기술을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POS 시스템에 적용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보통 새로운 POS 시스템에 적용하고 그 POS 시스템을 기존 POS 시스템과 교체하는 방식을 통해 서비스 지원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페이의 경우 기존 POS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불편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 매장을 그대로 서비스 가능 매장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장점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삼성페이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여타 다른 페이 서비스를 압도하고 No.1 모바일 페이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한국 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기존 마그네틱 기반의 MST 기술이 적용된 POS 시스템을 쓰는 국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아닌 예전 기술로 혁신을 가져오는 발상의 전환
앞서 갤럭시 홈 미니에 적용된 적외선 리모컨 기술이 새로운 기술이 아닌 어쩌면 올드한 기술이었지만 그 올드한 기술 덕분에 시대를 아우르는 장비 호환성을 지니게 된 것처럼 삼성페이가 채택한 루프페이의 MST 기술 역시 사라져가는 올드한 기술이었지만 이미 시장에 잔뜩 포진하고 있는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의 존재로 인해 시작부터 어마무시한 가맹점을 가져가게 되었다. 게다가 삼성페이는 MST 기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기존 모바일 페이 서비스처럼 NFC 기반의 결제 기능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모바일 페이 서비스가 될 수 있었다.
갤럭시 홈 미니와 삼성페이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경쟁 서비스 대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넣은 것이 아니다. 적외선 리모컨 기술이나 MST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또 사라져갈 수 밖에 없는 올드한 기술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기술적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을 때 삼성은 기존 기술을 새로운 서비스에 잘 녹이는 방법으로 생각의 전환을 보임으로 기술적 혁신이 아닌 운영적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그 덕분에 적어도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타 모바일 페이 서비스를 따돌리고 No.1 서비스가 될 수 있었고 갤럭시 홈 미니의 경우 그 성공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타 경쟁사의 인공지능 스피커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장비와의 연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기술적 혁신만이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 운영적 혁신도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보통 혁신을 얘기할 때에는 기술적 혁신을 먼저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 기능을 개발하여 넣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기술 아니면 혁신적인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다. 어찌되었던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을 잘 녹여서 사용자에게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혁신이라고 할만 하다. 앞서 이것을 운영적 혁신이라고 언급했지만(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기술적 혁신이든 운영적 혁신이든 혁신은 사용자들이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그것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생각할 때 기존 기술로도 충분히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갤럭시 홈 미니와 삼성페이를 통해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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