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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사고. 개인의 문제와 시스템, 제도의 문제 중 무엇이 우선일까?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 사고를 보면서...
    Current topics 2014. 10.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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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수사중인 판교 유스페이스 앞의 환풍구. 밤 늦게까지 사고현장을 지키는 경찰들. 안쓰럽다.

    최근 판교에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판교 유스페이스 앞에서 있었던 공연 도중에 환풍구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유스페이스 주차장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봤던 27명의 사람들이 떨어져서 1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직장 근처이기도 했고 그날 마침 워크샵을 갔던 터라 공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회사 사람들이 왜 이날 워크샵을 잡았냐고 아우성이었다. 공연에 포미닛과 티아라 등의 걸그룹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워크샵이 아니었더라면 나 역시 이 공연에 갔을지도 모르고 그 사고의 당사자가 되었을지도 몰랐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좀 섬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사고로 사망한 16명의 사망자들에게는 정말 명복을 빈다는 말 밖에는 못할 듯 싶다.


    이 사고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 사고의 원인은 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1차적으로는 일단 환풍구에 올라간 사람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지하철의 환풍구나 지하 주차장의 환풍구는 외부의 공기를 내부로 끌어들여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공기가 잘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공간을 열어둔다. 대부분의 환풍구는 철제 격자로 된 커버를 씌운다. 지금의 지하철 환풍구나 대형 건물의 주차장 환풍구는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최대한 공기를 많이 순환시키기 위해 넓은 면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 근처에서 2m정도 떨어져서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철제격자로 된 덮게는 강도를 내가 아는 한 최대로 맞춰놓고 만든다. 하지만 고정시키는 것이 양쪽 끝에 갖다대는 수준, 아니면 중간에 한줄, 혹은 두줄 정도의 바가 설치되어 그 위에 올려놓는 정도다. 물론 그 정도로도 사람이 6~7명이 오가는데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27명이 동시에 올라가서 뛴다면 적어도 대한민국 어느 환풍구의 뚜껑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결국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을 올라서다가 피해를 본 셈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설계가 된 것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연측도 그런 부분에 안전 소홀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위에서 1차적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지금 얘기하는 이런 문제, 즉 시스템적인 문제는 2차적인 문제로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 강화된 환풍기 관련 법률이나 규제가 있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환풍구에 올라가서 공연을 본다는 생각을 환풍구 제작 업체나 시공업체는 상상이라도 했을까? 환풍구는 그 용도가 분명하고 의도가 밝혀진 시설물이다. 아무리 경우의 수를 돌려봐도 이런 경우는 흔치가 않다. 이번에 사고가 난 유스페이스의 그 환풍구는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공연 중간에 안전 담당자가 올라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깡그리 무시당했다고 한다. 하기사 공연을 잘 보고 있는데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올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냐마는. 그런 경우는 결국 그 이후에 당할 문제는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암묵의 동의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사태와 이번 판교 사태의 차이점은 뭘까? 세월호의 경우 배의 담당자가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즉, 상식적으로 그 배에 타고 있으면 배의 책임자, 담당자의 얘기를 듣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을 따르다가 사고를 당했고 피해를 봤다. 이 부분은 철저하게 배의 책임자, 담당자의 잘못이며 그 이후에 구조작업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2~3차 피해를 봤으니 정부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판교 사태는 어떤가? 공연의 안전 담당자가 수차례 환기구에서 내려오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상식적으로 말한다면 따르는 것이 맞다. 환기구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연에 심취한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 그러고 피해를 입었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식대로 합리적인 판단대로 하지 않고 자기의 의도대로 했다. 그 얘기인 즉, 경고 메시지를 무시했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와 다른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담당자가 얼른 구명조끼 입고 나오라고 얘기하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노는 것이 좋아서 안나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침몰한 배를 잘못 운전한 선장의 잘못은 일부 있겠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배의 전복이라면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피해자들의 문제라고 얘기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판교 사태는 이런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우리는 시스템적인 문제, 제도적인 문제를 얘기하면서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 전에 먼저 사람들의 의식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먼저 조심하고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시스템적인 문제나 제도적인 문제를 언급해서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잘 되어있고 제도적으로 잘 되어있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적용받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면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이다.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태풍이 부는 바닷가에 고기가 잘 잡힌다고 낚시하러 갔다가 조난당하는 사람들, 눈 오고 비 오는 산에 위험을 이기고 산행을 해야 제맛이라고 끝내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여행 위험 지역이라고 가지 말라고 국가에서 경고를 주는데 어떻게든 기를 쓰고 가는 사람들(물론 선교의 목적이 있기에 간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이런 사람들은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도 몰래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할 사람들이다. 아무리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잘 갖춰져있더라도 안에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면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들 스스로의 의식 개선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시스템적인 문제,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투트랙 방식을 써야 한다. 사람의 잘못보다는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비합리적이고 이해가 안가는 이유도 이런 부분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사람에게서 합리적인, 이성적인 판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고 잔혹한 일이기 때문에 그 부족한 것을 시스템적으로, 제도적으로 매꿔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었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먼저 1차적인 문제는 그 무리고 잔혹한 일을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 그 부분, 사람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에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전에 사고를 부르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서 보안 관점에서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중에 이 글과 연계해서 보안에 관련한 내용으로 다시 풀어 쓸 생각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법, 제도, 시스템에서는 일단 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아무리 부르짖어도 스스로가 먼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시스템의 효과를 보기 전에 먼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먼저 지키고 그 다음에 시스템, 제도의 보완, 개선을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아니면 스스로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서 얘기를 하던지 말이지. 과거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독립을 외쳤다가 많이 죽었다. 하지만 그 죽음도 스스로가 다 알고 감내하면서 독립을 외쳤던 것이다. 즉, 스스로에 책임을 지면서 시스템, 제도의 문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이런 피해자의 잘못된 행동이 먼저 선행된 후에 나온 사고에 대해서는 일단 스스로에 대해서 먼저 돌아보고 스스로의 의식을 먼저 개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운전을 하면서 불법 주차를 한더던지 불법 유턴을 하는 것은 만약 그것을 하다가 경찰에 걸리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말이지. 아무리 불편한 도로 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얘기해봐야 이미 법은 어겼으니 처벌은 받고 그 다음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뭐 이렇게 글을 쓰는 나 역시 살면서 수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살고 있다. 일을 하면서, 또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불법적인 일을 벌이고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은 지고 산다. 경찰에, 혹은 업무 담당자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두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면서 용서를 구한다던지 해서 처벌을 면하거나 감면해주면 좋은 것이고 아니더라도 할 말은 없다. 그 판단은 경찰이나 그 당사자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잘못을 했다는 것은 내 문제니까 말이지. 이번 판교 사태는 난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시스템, 제도의 문제는 충분히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판교 사태로 인해 세월호가 덮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대형 사고가 나면 그것을 덮기 위해 다른 사고, 특히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로 덮는 것처럼 말이지. 오히려 그것이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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