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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퇴출을 보면서 국내 SW 산업의 씁쓸한 현실을 생각하면..
    IT topics 2011. 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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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주 금요일에 좀 우울한 기사가 올라왔다.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상장 폐지에 관련된 기시다.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SW) 솔루션 업체인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퇴출 결정은 현재 대한민국의 SW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위원회는 지난 17일 저녁 핸디소프트의 개선계획 이행 및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결과 상장폐지라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로써 핸디소프트는 오는 21일부터 3월2일까지 일주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퇴출된다.

    정부에서는 SW 산업을 살리겠다고 이런저런 정책들,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언론에서는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럴까?). 하지만 이들 정책들 중에서 실제로 현업에 반영된 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 역시 SW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이며 개발자로서 10년 넘게 이 세계에서 생활해오다보니 정말로 불합리한 관행들부터 시작해서 어처구니 없는 인식들이 주변에 많이 깔려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건설 하도급 관행도 엄청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이 SW 산업의 하도급 구조다. 갑-을-병-정의 하도급 구조들 중에서 '을'에 해당하는 대형 SI 업체들이 그냥 쳐먹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해서 '쳐'먹는다고 했지만 '병'이나 '정'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정말로 '쳐'먹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SW 산업구조는 솔루션 기반이 아닌 SI 기반이다. 솔루션을 갖고 있어도 솔루션 자체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처럼 적당히 인터페이스 정도(API 연동과 UI 개선 등)로 끝나면 좋겠지만 이건 아예 내용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솔루션인데 기업별로 버전이 달라서 아예 다른 솔루션으로 탈바꿈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내부적으로 솔루션 버전 관리는 꿈도 못꾸고 그냥 그때그때 맞춰서 새로 제작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인식이 쫙 깔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SI 기반이기 때문에 SI 업체들을 끼고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데 '갑'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이나 정부는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기업만을 쓸려고 한다. 이른바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서 그렇다는 것이며 또한 실무담당자가 윗선에 보고할 때 좀 더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위해서라도 대형 SI 업체를 '을'로 선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도 대형 SI 업체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 SDS, SK는 SK C&C, LG는 LG CNS 등이 대기업에 계열사로 되어 있으면서 이들 업체들로부터 가장 먼저 오더(order, 할 일꺼리 -.-)를 따오는 업체다.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프로젝트가 뜨면 먼저 이들 업체들에게 오더가 돌아가며 이들이 나머지 일들을 할 다른 SI 업체들을 선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SW 산업의 구조다.

    솔루션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가 말도 안되는 하도급 구조를 지녔는데 무슨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겠나. 핸디소프트와 같은 그래도 나름 이름있고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SW 업체도 팍팍 나가떨어져나가고 있으며 안철수연구소나 한글과 컴퓨터와 같은 국내 SW 산업을 버티고 있는 기둥들도 불안불안하게 느끼는 것도 다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나마 나아졌다고 하지만 SW를 하드웨어(HW)의 부속물처럼 여기는 인식도 SW 산업 발전저해에 일조하고 있다. 보통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할 때 50억짜리 프로젝트인 경우 서버 등의 하드웨어 구입에 얼추 35~40억정도 들어간다. 5~10억정도는 오라클이나 유닉스, 윈도, SQL Server 등의 플랫폼(OS, DB) 구축에 들어간다. 나머지가 운영 SW 등 실제 개발에 들어가는 SW에 들어가는 돈이다. 이 중에는 워크샵 비용도 포함되곤 한다(뭐 프로젝트 잘해보자라는 의미의 워크샵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왜 프로젝트 전체 비용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 아마 순수 SW 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50억중 10%정도인 5억정도가 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또 이 돈을 SW 개발업체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갑-을-병-정으로 진행될 때 갑이 돈을 지불한다고 하면 을이 얼추 70% 가져간다.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관리한다는 명분하에 말이다. 그리고 병이 한 20%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10%을 정이 가져간다. 그런데 을은 보통 한 업체가 맞는데 병의 경우 2~3업체가 붙으며 그 밑으로 정은 한 10개의 업체가 붙는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는 보통 그렇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은 50억짜리라도 말단의 정은 500만원도 채 못받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구조다.

    게다가 프로젝트 기간은 턱없이 짧다. 무한경쟁시대라고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입장에서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 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SW 개발은 마구 쪼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계가 개발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개발한다. 사람은 피곤을 느낄 수도 있으며 과로하면 능률도 안오른다. 게다가 죽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며칠씩 밤새고 일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건강악화 밖에 없다). 하지만 무조건 싸게, 그리고 빨리 개발하라고 갑-을이 쫀다. 돈받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이런 구조에서 무슨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나? 대기업 위주의 프로젝트 기반, 대형 SI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다 가져가는 현실, 실력은 안보고 무조건 이름있고 큰 SI 업체만을 선호하는 대기업 담당자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SW 산업의 발전은 정말로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향후 클라우드 기반으로 IT 산업이 개편될 가능성이 큰데 이러면 현재까지 겨우 근근히 먹고 살았던 SI 업체들의 줄도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에 대비했다면 모를까 중소형 SI 업체들은 겨우 현재의 기술 기반으로 먹고 살면서 새 기술에 대한 대응은 꿈도 못꾸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지금도 문제 생기면 새벽에도 잠도 못자고 나가서 일해야 하는, 일주일에 2~3일씩 밤새야 겨우 납기일에 맞추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국내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저 말도 안되는 인식과 산업 구조부터 바꾸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저게 안바뀌면 국내 SW 산업 발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ps) "사무실 놔두고..." SW 개발 말만 '원격근무' (아이뉴스24) <- 이런 요구도 하고 있으니 SW 발전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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