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국시장으로 3년만에 프리브(Priv)로 다시 복귀한 블랙베리 얘기를 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것과는 좀 반대되는 뉴스를 전하려고 한다. 반대라 함은 한국에서의 사업과는 별개로 본사의 방침은 꽤나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얘기다. 블랙베리는 공식적으로 폰 제조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다. 대신 DTEK 등 모바일 및 관련 보안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블랙베리가 3년전에 한국에서 철수한 이유는 한국에서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미 전세계적으로 블랙베리의 점유율 및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의해 크게 잠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과거 컨슈머 시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업형, 즉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었으며 기업형 스마트폰의 대표주자로 북미 시장에서 No.1을 차지했던 스마트폰이 블랙베리다.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고 알려져 더 크게 인기를 끌었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점유율 상승 및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 및 시장 장악으로 인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던 터라 지속적으로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시장 철수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블랙베리는 어떻게든 이 난관을 타계하려고 노력을 했다. 가장 처음에 했던 작업은 블랙베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에뮬레이터를 탑재해서 블랙베리 단말기에서도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블랙베리 클래식을 비롯한 여러 블랙베리 단말기들이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시킬 수 있게 나왔다. 이는 블랙베리 OS용 앱이 안드로이드 앱들보다 개수가 적고 또 만들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뮬레이션의 한계, 즉 성능이 못받쳐준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래서 결국 블랙베리는 OS 자체를 안드로이드로 바꾸는 초강수를 둔다. 물론 블랙베리 OS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2개의 OS를 유지하면서 스마트폰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졌다. 그래서 나온 스마트폰이 작년 말에, 그리고 한국에는 최근에 출시된 프리브(Priv)다. 프리브는 블랙베리 입장에서는 블랙베리 OS를 사용하지 않고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첫번째 블랙베리 브랜드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블랙베리 입장에서는 그동안 블랙베리가 가져왔던 장점 2가지 중 하나였던 모바일 보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블랙베리가 블랙베리 OS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시켜줄 수 있었던 보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 OS는 OS 레벨에서 보안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모바일 OS(iOS, 안드로이드, 타이젠, 윈도 폰 등)에 비해 강력한 통제 및 제어, 보안이 가능하다. 그래서 MDM(Mobile Device Management) 등의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능들을 충족시키기 좋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태생 자체가 블랙베리 OS와는 다르기 때문에 블랙베리 입장에서는 이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DTEK의 안드로이드 버전이고 이번에 프리브에 이 기능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프리브에서 사용된 안드로이드가 구글에서 제공한 순수 오픈소스 안드로이드가 아닌 나름대로의 보안 부분을 패치한 버전으로 알고 있다. 즉,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에서 제공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아닐 것이고 블랙베리가 자체적으로 모듈을 만들어서 추가한 안드로이드 버전일 것이라는 얘기다. DTEK 기능이 제대로 동작되기 위해서는 OS 레벨에서 제어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순수 소프트웨어 부분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며 OS에서 DTEK 기능을 위한 모듈이 추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즉, 블랙베리는 보안 솔루션 사업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블랙베리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는 제조사가 커스터마이징을 다 하는 것이 아닌 블랙베리 기술진이 함께 참여해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즉 블랙베리 스마트폰만의 안드로이드 OS를 만들어서 거기에 DTEK를 포함하여 출시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얘기가 조금 산만하게 섞인 감이 있는데 정리하면 이렇다.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제조 부분을 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것이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철수 선언은 아니다. 즉, 블랙베리는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고 위탁생산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구글이 넥서스라는 브랜드로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는데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들고 폰 제조는 삼성, LG, ASUS, 화웨이 등의 협력업체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블랙베리의 브랜드로 다른 업체를 통해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보안 부분만 자신들이 만들어서 탑재하고 그리고 블랙베리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할 것이라고 예상이 되어진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예 블랙베리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다. 그저 DTEK 모듈을 제조사들에게 팔고 'Security by BlackBerry'라는 이름만 붙여서 팔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있기 떄문에 아마도 구글의 넥서스 생산과 같은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드로이드 OS의 커스터마이징 부분까지도 참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찌되었던 한국 시장에서 최근에 프리브를 발표했는데 이것에 대한 유지보수 부분도 솔직히 문제가 된다. 일단 블랙베리가 프리브까지의 AS는 진행해준다고 하겠지만 프리브 후속 모델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말이지.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더 이상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을 볼 수 없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 쿼티키패드와 강력한 보안으로 한때 적어도 북미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업형,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블랙베리가 이렇게 쇠락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시장은 정말 엄청나게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사 노키아의 사례도 있듯 트랜드를 읽지 못하면, 아니면 트랜드를 선도하지 못하면 시장에서의 쇠락은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국내 업체인 삼성이나 LG, 팬택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갤럭시 노트 7의 이슈와 V20의 시장 반응이 그렇게 뜨뜨미지근한 현 상황에서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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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학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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