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카르텔, 혹은 틀을 깨는데 뭔가 일가견이 있는 정부인 듯 싶다. 재미난 뉴스가 하나 떴는데 정부가 공문서에 아래아한글의 문서형식인 HWP 대신에 공개문서형식(오픈도큐먼트)인 ODT를 쓴다는 뉴스다. 참고로 ODT는 ODF(Open Document Format) 형식 중 워드 형식(Open Document Text)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목 그대로 해석하자면 아래아한글이 워드프로세스이고 여기서 사용하는 형식이 HWP이니 이것을 ODF의 워드파일인 ODT를 쓰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특정 기업, 특정 형식을 강요했던 정부, 공공기관의 문서 정책


현재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형식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에서 만든 한컴오피스 안의 워드프로세스 솔루션인 아래아한글이 제공하는 HWP이다. 문서의 파일 확장자가 HWP이고 아래아한글에서만 열람 및 편집을 할 수 있다. 물론 한컴이 HWP의 내부 형식을 공개함으로 인해 몇몇 업체에서 HWP 문서를 읽을 수 있고 또 편집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는 했지만(네이버 오피스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아래아한글에서와 같이 깔끔하게 제공하지는 못한다. 솔직히 한컴이 HWP의 형식을 공개했다고는 하지만 하기 싫은데 억지로, 여론에 떠밀려서 그냥 필요한 부분만 공개했다는 의견이 다분히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공고문이나 기안문, 제안서 등을 보고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컴오피스를 별도로 구매해야만 했다. 여기에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자기네들에게 전달하는 문서를 HWP 형식으로 요구했다. 열람 뿐만이 아니라 실제 기안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한컴오피스를 구매해야만 했다.


물론 MS 오피스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상황에서 한컴오피스를 구매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컴오피스가 아닌 MS 오피스를 메인 오피스 솔루션으로 사용한다. 워드도 그렇지만 엑셀과 파워포인트 문서를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며 기존부터 꾸준하데 만들어진 문서들이 MS 오피스로 만들어진 문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그동안 꾸준히 사용해온 아래아한글을 그대로 이용하겠다는데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다. 일반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운용하는데 비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그 성격 자체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솔루션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컴오피스를 강제적으로 구입하도록 만드는 현재의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문서 관련 정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년전부터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 HWP 외에 다른 문서 형식으로도 제공받도록 하고 기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던 것이다.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완전 오픈 형식인 ODT


이번에 정부에서 HWP 대신 사용하겠다고 얘기하는 ODT는 ODF의 문서 형식으로 ODF는 아래아한글의 문서형식인 HWP나 MS 워드(MS 오피스의 워드프로세스)에서 제공하는 DOC, DOCX와 달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개된 형식이다.


HWP도 공개되어다고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100% 다 사용할 수 있게 공개된 것은 아니다. MS 워드의 DOCX는 OOXML 형식으로 OOXML은 MS가 공개를 했다. 하지만 HWP와 마찬가지로 100% 다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게 공개한 것은 아니다(자기네들은 다 공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문서 형식에는 특허가 일부 섞여있으며 특허는 공개될 수 없기 때문에 100% 다 공개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것에 비해 ODF에서 제공하는 ODT, ODS(스프레드시트 문서 형식), ODP(프리젠테이션 문서 형식) 등은 모든 것들이 다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누구나 해당 형식으로 문서를 저장하고 열람할 수 있게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특정 기업에 종속되어 있는 문서 형식보다는 공개 수준이 훨씬 더 크다는 얘기다.


정부가 HWP에서 ODT로 가는 이유는?


기사에는 정부가 HWP 대신 ODT로 가는 이유를 온나라시스템(정부 통합 문서관리 및 업무 시스템)이 2.0으로 고도화되면서 클라우드 환경으로 기반을 옮기는 과정에서 웹에서도 무난히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ODT를 도입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일부는 맞는 얘기다. 왜 일부라고 했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HWP나 DOCX 등의 특정 업체에 기반하는 문서 형식은 웹에서 표현은 가능하지만 어플리케이션(아래아한글, MS 워드 등)에서 보여주는 수준까지는 표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뷰어 기능만 따진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온나라시스템의 고도화 내용에는 웹 오피스 기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얘기인 즉, 보여주고 결제만 받는 것이 아닌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문서 작성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도가 있다면 HWP, DOCX보다는 ODT가 아무래도 웹 기반에서는 적용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ctiveX나 다른 플러그인 등을 이용한다면 HWP, DOCX 문서들도 어느정도는 편집까지 가능하도록 하겠지만 플러그인 없는 웹 표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플러그인 사용은 자제할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 보다는 정부가 HWP 대신 ODT로 가게 되면 더 많은 기업들이 정부용 문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납품할 수도 있고 기업에 제공할 수도 있는 기회가 더 커진다는 것이 ODT로 가는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HWP 문서는 뭐 한컴은 형식을 다 제공해줬기 때문에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아래아한글 외에는 열람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MS 워드인 DOC, DOCX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ODT로 한다면 작건 크건 오피스 솔루션을 만드는 수많은 기업들이 ODT를 지원함으로 한컴오피스보다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도 있고 기업들 입장에서, 또 정부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또 리브레오피스나 오픈오피스 등의 오픈소스 기반 무료 오피스에서 ODF 형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유료 솔루션을 구매하지 않고도 정부기관 문서 작업이 가능하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구매한 MS 오피스에서 ODF 형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한컴오피스를 구입하지 않아도 정부 문서를 열람하고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HWP 대신 ODT를 사용하게 되면 웹 기반의 웹 오피스를 만들어서 온나라시스템에 넣어서 따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문서를 만들고 공유하고 기안하고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한컴 외에 다른 오피스 제공 기업들이 한컴오피스보다 더 저렴한 오피스를 만들어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 정부나 공공기관 뿐만이 아니라 정부에 기안을 하고자 하는 학교나 기업들에게도 어플리케이션의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공자는 경쟁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납품을 하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사용자들은 한컴오피스 외에 다른 오피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의 폭 확장으로 더 좋은 솔루션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제공자, 사용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한컴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당장에 다 바뀌는 것은 아니고..


물론 당장에 모든 정부 및 공공기관의 문서가 HWP에서 ODT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온나라시스템 2.0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새로 만들게 되는 문서부터 그렇게 된다는 얘기며 기존에 생성된 문서들은 여전히 HWP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다 ODT 형식의 문서를 쓰는 것도 아닌 듯 싶다. 즉, 아직까지는 제한적으로 변경이 된다고 보면 된다. 한동안은 지속적으로 한컴오피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의미있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반가운 일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이며 그런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 완성형에 가까운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한꺼번에 바꾸려고 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코어 영역을 다 바꾸면 그때 전면 개편을 해도 늦지는 않다.


그리고 위에서는 언급을 안했지만 MS 워드나 아래아한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기능이 훌륭해서인 것도 있다. 그림을 넣는 부분이나 표를 만드는 부분, 그 외 여러가지 기능들이 리브레오피스나 오픈오피스보다 이들 MS 워드나 아래아한글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특히 표 기능은 MS 워드보다 아래아한글이 더 훌륭하다(내가 써본 워드프로세스들 중에서 표 기능 만큼은 아래아한글이 가장 우수했다).


ODT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서의 퀄리티가 HWP, DOCX 형식보다 우수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형식의 문서들을 통합하고 집어넣고 하는 기능은 이런 상용 오피스가 더 우수하다는 얘기다. 조작하는 방법 역시 이들 상용 오피스가 상대적으로 좋다. 다만,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외부로 기안을 위해 제공하는 문서들이 이런 고급기능 들까지 쓰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표준 문서 형식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며 그래서 ODT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찌되었던 의미있는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이걸 기회로 국내에서도 더 많은 오피스 솔루션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에 적용되고 웹에 이어 모바일 영역까지 다 적용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되면 아마 정부나 공공기관을 이용하려는 기업, 학교, 일반 사람들이 좀 더 접근하기 편한 정부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들이나 사용하는 기업들, 일반인들에게도 서로 이득이 되는, 그럴듯한 에코시스템이 잘 구축되기를 바랄 뿐이다.


첨언.


솔직히 문서 형식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문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문서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온나라시스템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각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로 다른 DRM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기능이다. 파수, 마크애니, 소프트캠프, 그 외에 많은 업체에서 만든 DRM 솔루션들이 공공기관과 정부기관에서 사용중이며 서로 다르다. 공통된 DRM 시스템을 쓰지 않고 각기 사용하기 때문에 온나라시스템에서는 이들 서로 다른 DRM 솔루션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들어가있다.


어쩌면 본문에서 언급했던 문서 형식인 HWP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DRM이 될 듯 하다. 물론 DRM은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 내부에서 유통되는 문서에만 적용하며 대민 문서에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본문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온나라시스템에서 관리되는 문서들이 대민 문서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 문서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아마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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