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 현대카드를 통해서 도입되는 애플페이에 대해서...
어떤 의미에서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수년간 그토록 바래왔던 엄청난 떡밥(?)인 애플페이 한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2~3주 전부터 관련된 이야기들이 돌고 구체적인 증거(?)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지, 구체화된 본격적인 증거(?)는 뭔지 간단히 정리해볼까 한다.
몇달 전부터 현대카드가 애플과 협업(?)하여 한국에 애플페이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솔직히 내심 반가우면서도 그동안의 여러 루머들로 인해 받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실제로, 즉 실물로 나와야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달 전부터는 좀 더 구체화된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애플이 현대카드를 통해서 애플페이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며 올해 말에 시작할 것이라는 루머, 그 루머를 분석하는 뉴스들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정보들로 인해 정말로 나오나 하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거의 애플페이의 현대카드를 통한 국내 도입이 확정되다시피 한 정보가 유출이 되었다. 다름아닌 현대카드의 약관 내용 중 일부가 유출(공개?) 되었는데 거기에 애플페이 관련 내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유출된 현대카드의 약관은 아마도 애플페이를 등록할 수 있는 현대카드에 대한 약관으로 보인다. 용어의 정리에서 애플월렛 및 현대카드 앱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에 Apple Corp라는 애플 회사 이름이 나온다. 즉, 애플이 현대카드를 통해서 애플페이를 제공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거기에 구체적인 날짜까지 나왔다. 부칙에 약관은 2022년 11월 30일부터 시행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즉, 현대카드를 통한 애플페이 서비스는 11월 30일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다. 루머로 돌았던 올해말 이야기가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기 어려웠던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 2가지를 들자면 애플페이 이용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사용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달리 NFC를 이용한 비접촉 방식을 이용하는데 국내의 많은 매장이 아직까지 NFC를 이용하는 포스(POS) 단말기를 구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애플 입장에서 애플페이가 정상적으로 한국 시장에 정착하려면 NFC가 지원되는 포스 단말기가 많이 매장에 퍼져있어야 하는데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NFC 지원 통합 포스 단말기의 국내 도입 비율은 대략 10~20% 정도 된다고 한다.
삼성페이의 경우 NFC 방식도 지원하지만 결정적으로 MST라고 불리는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포스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한국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다. 삼성페이가 사용하고 있는 MST 방식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면 될 듯 싶다.
뭐 어찌되었던 삼성페이가 MST, NFC 방식 모두를 지원하는 반면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 지원하기 때문에 사용 범위에 있어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국내에 NFC 방식 단말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략 10~20% 정도는 NFC가 지원되는 포스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형 마트나 일부 백화점, 편의점, 코스트코에서는 NFC 방식의 포스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된다.
국내 서비스들 중에서 NFC 방식으로 비접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티머니(Tmoney), 즉 교통카드다. 교통카드는 선불제든 후불제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방식이나 IC칩 방식이 아닌 비접촉 방식으로 태그하는 것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애플페이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티머니에서 사용하고 있는 NFC 방식과 애플페이가 사용하고 있는 NFC 방식은 좀 다른데(내부적으로 프로토콜이 다르다) 티머니 방식은 국내 독자 방식인데 비해 애플페이는 EMV(EuroPay - Master - VISA) 방식으로 나름의 비접촉 국제 표준을 따르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 티머니가 애플과 접촉해서 국내에 애플페이가 도입될 때 티머니도 함께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협의중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티머니가 프로토콜을 자체 프로토콜과 함께 EMV 방식을 지원하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듯 싶다.
여하튼 애플페이는 위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국내에 도입되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는데 갑작스럽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들고 이슈몰이에 나섰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현대카드를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 싶다. 그동안에 현대카드에서 슈퍼콘서트니 뭐니 이벤트를 많이 하고 마케팅도 많이 한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현대카드 점유율이 높지 않은게 사실이니 말이다. 삼성카드나 다른 은행카드에 밀리는 상황이니 나름대로 한방을 먹여 반격을 하려고 애플페이 도입을 꺼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언급했듯 수수료 문제로 인해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사용자가 애플페이를 사용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카드 수수료가 상당히 저렴한 축에 속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3억원 이하로 사용할 경우 0.5%의 수수료율을 제공한다.
그런데 애플은 EMV라는 국제 표준이기는 하지만 비접촉 NFC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티머니 등 NFC 방식을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있지만 EMV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물론 향후 해외 겸용 카드에는 무조건 EMV 방식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국내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EMV 방식을 도입해야 하며 이 방식은 EMV Corp라는 기업(앞서 언급한 유로페이, 비자, 마스터카드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이 기술 사용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EMV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애플페이를 사용할 때마다 카드사가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애플페이 수수료도 있다. 이게 상당히 비싼데 결제 금액의 1%인가로 알고 있다(아닐 수도 있지만 알려진 내용으로는 1%다. 물론 국가에 따라서 요율이 바뀔 수 있다).
즉, 카드사는 애플페이를 도입할 때 EMV Corp에 기술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고 애플에 애플페이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앞서 국내 카드 수수료율이 0.5% 정도라고 했는데(물론 금액이 크면 1% 이상도 된다) 애플페이를 통해서 결제를 하게 되면 카드사는 자신들이 가져가는 카드 수수료 이상으로 애플과 EMV Corp에 지불을 해야 한다.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는 이것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국내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를 꺼려했는데 현대카드가 아마도 자사 상품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앞서 언급했듯 애플페이 수수료를 애플과 잘 협의해서 1% 이하로 최소한의 마진으로 협의를 했던지 말이다.
여하튼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그렇게 바랬던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현실화 되는 듯 싶다. 다만 현대카드 가맹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당장에 애플페이가 서비스가 된다고 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일단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할 듯 싶다. 그리고 만약에 티머니와 얘기가 잘 되어서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면 활용 범위는 확실히 커질 듯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음식점이나 매장 등에서 사용하기에는 해당 매장들이 NFC 지원 포스 단말기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NFC 지원 통합 포스 단말기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도 채 안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한동안은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어찌되었던 국내에 정식적으로 도입이 된다. 첫발은 디뎠으니 그 이후로는 계속 확장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충분히 된다. 내 경우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된다면 갖고 있는 카드 하나를 해지하고 현대카드를 발급받아서 해지한 카드의 연결 내용을 옮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