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arm을 품에 넣은 nVIDIA
소프트뱅크의 손정의가 내놓은(?) CPU 아키텍처 회사인 arm을 그래픽카드 전문 기업인 nVIDIA가 인수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떴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2020년 9월 22일에 작성된 것이고 일단 소프트뱅크 이사회와 nVIDIA 이사회에서 nVIDIA가 arm을 인수하기로 협의가 되었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nVIDIA의 arm 인수 규모 및 조건
일단 nVIDIA가 어떤 조건으로 arm을 인수했는지 살펴보자. 인수 금액은 400억 달러(약 47조 5천억원)로 IT 기업 인수 금액 역사상 아마도 최고 금액으로 기록될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소프트뱅크는 arm 인수의 대가로 520억 달러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일단 400억 달러로 협상이 된 듯 싶다.
400억 달러가 몽땅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400억 달러 중 215억 달러는 nVIDIA 주식으로 지급되고 12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그러면 대략 335억 달러가 되는데 나머지 65억 달러는 어떻게 되는가 하면 nVIDIA가 arm 직원에게 15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한다.
여기에 재미난 조건이 하나 있는데 위의 계산에서 남은 50억 달러의 경우 어떤 조건을 충족하게 되면 nVIDIA로부터 현금이나 주식으로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조건이라는 것이 소프트뱅크가 2016년에 arm을 인수할 때 조건이 있었는데 그 조건을 소프트뱅크와 arm이 2021년 9월까지 완수를 하게 되면 받게 되는 것이다.
즉, 400억 달러라고는 하지만 arm 직원에게 주는 15억 달러도 그렇고 조건부로 받게 되는 50억 달러도 그렇고 실제로 소프트뱅크가 받는 금액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면 335억 달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arm을 인수할 때의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현재 arm의 연간 매출 규모는 2조원대이고 영업 이익은 27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인수 금액 대비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매출 규모나 영업 이익이 큰 회사는 아니다. 게다가 이번 nVIDIA의 arm 인수에서 arm의 IoT 사업부는 인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일단 위의 내용으로 인수의 규모 및 조건에 대해서 정리를 했다. 외형상 매출 규모나 영업 이익으로 봐서는 400억 달러의 가치를 하는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arm의 진정한 가치는, 그리고 nVIDIA가 arm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또 다르다.
nVIDIA가 arm을 통해서 얻는 가치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arm은 CPU 아키텍처 기업이다. RISC 기반의 CPU 코어를 설계한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arm의 CPU 코어를 라이센싱하여 ARM 기반 CPU를 만든다. 대표적인 기업 및 제품이 퀄컴의 스냅드레곤 시리즈와 삼성의 엑시노스 시리즈, 애플의 A 시리즈, 화웨이의 기린 시리즈 등이다.
뿐만 아니라 GPU의 코어로 ARM 아키텍처를 이용하는데 이번에 arm을 인수하게 되는 nVIDIA의 수많은 그래픽 카드에 들어가는 GPU들이 ARM 아키텍처 기반이며 AMD 역시 마찬가지로 ARM 기반으로 GPU를 만들고 그것을 이용하여 그래픽 카드를 만든다.
ARM 기반 CPU나 GPU의 특징은 x86 기반 CPU에 비해 저전력으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목적을 위한 SoC를 만들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이 애플 실리콘을 ARM 기반으로 진행하는 것처럼 일반 데스크탑 CPU 수준으로까지 성능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ARM 기반 제품들의 특징이다.
nVIDIA는 arm으로부터 라이센싱을 받아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GPU를 개발하고 그것으로 그래픽 카드 시장과 인공지능 시장, 그리고 IoT 시장까지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rm을 인수함으로 nVIDIA가 그동안에 모잘랐던, 아쉬웠던 부분을 코어 부분에서 가져와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nVIDIA의 arm 인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R&D 입지 강화와 구축에 맞춰져 있다는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nVIDIA 역시 연구용 arm/nVIDIA의 기반 AI 슈퍼 컴퓨터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GPU는 상당히 앞서지만 모바일 AP 시장에서는 그닥 힘을 못쓰는 것이 nVIDIA인데 모바일 AP인 태그라 시리즈가 퀄컴의 스냅드레곤이나 삼성의 엑시노스, 화웨이의 기린 시리즈에 뒤떨어지는 상황인지라 nVIDIA는 arm을 인수함으로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그라 시리즈의 성능 향상을 진행할 수 있다.
일단 nVIDIA가 arm을 인수함으로 nVIDIA 입장에서 어떤 가치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간단히 정리하도록 하자.
arm을 가져간 nVIDIA를 바라보는 우려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arm은 앞서 언급했듯 ARM 기반 아키텍처를 만들어서 오픈 라이선스 모델로 다양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다. 원래의 arm도 그렇고 소프트뱅크도 그렇고 ARM 기반 아키텍처로 뭔가를 만드는 기업들과는 기업적 속성에 거리가 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 arm을 인수하게 되는 nVIDIA는 사정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원래 nVIDIA는 arm의 파트너 회사다. 그리고 삼성도 퀄컴도 화웨이도 다 arm의 파트너 회사다. 이들 회사는 arm으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ARM 아키텍처를 공급받는다.
그런데 그런 파트너 회사 중 하나인 nVIDIA가 arm을 인수한다. 그 얘기인 즉, arm의 파트너 회사들은 모두 경쟁관계에 있는데 코어가 그 경쟁관계의 회사 중 하나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코어가 경쟁 회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nVIDIA는 arm 인수 후 arm이 그동안 제공하고 있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젠승 황 nVIDIA CEO는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랑한다'며 '광범위한 고객 리스트를 더 확장하고 싶고 nVIDIA가 arm의 고객을 따돌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nVIDIA의 arm 인수 합병이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을 듯..
그리고 이 글의 맨 처음에 2020년 9월 22일 기준으로 쓴 글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nVIDIA의 arm 인수는 양사 이사회에서 허가된 것이 지금이라는 얘기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양사간의 이사회의 허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의 규제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단 arm을 소프트뱅크가 2016년에 인수했지만 arm의 특허(지적재산권)는 영국에 있었다. nVIDIA가 arm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arm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계속 영국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가의 규제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arm의 경우 관련 당사국인 미국, 영국, 중국, 그리고 EU의 규제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게 어려운 일인데 블룸버그는 nVIDIA가 앞서 언급한 관련 당사국의 규제와 승인을 얻기까지 대략 18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게다가 이 과정이 무척이나 험난할 것으로 보이는데 nVIDIA의 arm 인수가 불발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름아닌 관련 당사국들 중 영국 및 중국이 nVIDIA의 arm 인수합병을 허가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 이런 험난한 조건들을 이겨내고 nVIDIA가 arm을 제대로 인수한다면 소프트뱅크는 nVIDIA의 대략 10%의 지분(앞서 언급한 인수 대금 중 215억 달러의 주식)을 갖게 되어서 합병 법인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nVIDIA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ARM 기반의 CPU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얻게 되며 인텔, AMD 등의 x86 기반 CPU 기업들과 확고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물론 nVIDIA가 arm의 ARM 아키텍처를 nVIDIA에 독점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nVIDIA 입장에서는 독과점 이슈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데다가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것이 CPU 시장에서 ARM 기반 CPU가 점점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힘을 실어주는데 주력을 해야 자신도 산다는 것을 잘 알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