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스포츠 이야기를 좀 할려고 한다. 농구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농구를 좋아하는 터라 예전에는 후배들과 같이 공원에 가서 농구게임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게 쉽지가 않아서 거의 못하고 있다. 뭐 체력도 예전같지 않아서 풀게임 뛰기는 무리고 3:3 하프게임도 어려운 상황이니 요즘은 그저 보는데만 만족하며 살고있는 상황이다.

내가 농구하는 이야기를 들려줄려는게 아니라 최근 KBL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누구보다 국내 프로농구(KBL)가 생겼을 때 좋아했던 팬으로서 그저 한마디 던져볼려고 한다.

최근 KBL은 용병의 신장제한을 없애버렸다. 대신 2명 보유에 1명 출전으로 룰을 바꿨다. 자기들 생각에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뒤에는 KBL 이사회의 구성원들간의 더러운 밀약이 있었다는 것은 KBL을 좋아하는 생각있는 팬이라면 다 알 것이다.

KBL이 이번에 용병의 신장제한을 없애버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하승진의 국내 데뷔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국내파 선수중에서 224cm의 하승진이 KBL에 합류되면서 하승진을 보유하게 되는 팀은 높이에서 가히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하승진 이외에 다른 210cm가 넘는 선수들이 국내에 많이 있으면 굳이 용병의 신장제한을 없앨 이유가 없으나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2m가 넘는 선수들도 그닥 많지 않은 편이다. 예전에 비해서 평균신장은 많이 높아졌지만 한국인, 아니 동양인의 특성상 2m 이상의 큰 키를 가질 확률이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 중에서 2m 이상의 신장을 지닌 선수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팀들이 용병을 데리고 올 때 기량이 좋은 가드들 보다는 신장이 큰 센터들을 중심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신장이 크고 힘이 좋은 선수들이 국내에는 별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기량이 외국 선수들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하승진이 국내에 돌아온다. 하승진은 비록 NBA에서 후보생활을 했지만 직접 NBA의 프로 선수들과 대결을 한 경험이 있는 선수며 신장에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224cm). 그렇기 때문에 하승진을 보유하게 되는 팀은 용병을 3명이나 보유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KCC가 서장훈을 보유하는 것과 동부가 김주성을 보유하는 것보다 오히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물밑작업으로 하승진을 데리고 오기 위해 안달이 나있는 상태다. 게다가 하승진은 국내선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드래프트를 통해서 획득해야 한다. 하위권 팀들이 드래프트 순위가 높기 때문에 상위권 팀들은 그냥 하승진을 놓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그냥 놔둘 KBL의 프로팀들이 아니다. 그저 하승진을 보유하는 팀을 견제하기 위해 비슷한 신장의 외국 용병들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용병의 신장제한을 폐지하라고 KBL 이사회에 압력을 넣었고 결국 KBL 이사회는 용병의 신장제한 폐지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다만 신장제한을 폐지하게 되면 신장이 큰 용병 2명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국내파 빅맨들의 씨가 마르게 될 것을 우려하여 2명 보유에 1명 출전으로 제한을 두게 된 것이다.

참 웃기는 일이다. 예전에 서장훈과 김주성 때문에 용병의 신장제한이 변경된 적이 있었다. 두 선수 합쳐서 400cm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빅맨들을 살리겠다고 2, 3쿼터에 용병 1명만 출전시키도록 하기도 했다. KBL 이사회는 용병에 대한 정책을 그저 팀에 대해 유리하게만 적용시키고는 그에 약간 상응하는 다른 정책을 끼어넣는 형식으로 불만을 무마시키고 있었다. 지금도 같은 꼴이다. 용병의 신장제한을 폐지하고는 국내파가 고사된다는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1명만 출전하도록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름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2명 보유에 1명 출전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모든 팀들은 센터 자원을 뽑을 것이다. 국내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신체조건이 유리한 외국 선수들이 다수 들어올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213cm급의 NBA나 다른 해외 리그의 센터급 선수들이 들어올 것이다. 신장이 좋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영입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KBL이 용병의 선출 제한을 NBA에서 2년 이하로 뛰었거나 해외 리그에서 2년 이하로 뛴 선수들로 제한을 뒀다고는 하지만 농구 인프라가 국내보다 더 뛰어난 해외의 리그에서 뛴 뛰어난 선수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가드와 포워드만 살아남고 센터들은 거의 고사당한다고 보면 된다.

아마도 골밑 공격은 용병 센터들이 다 도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 수비의 중심 역시 용병 센터가 될 것이다. 국내 선수들은 그저 보조자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보조자 역할만 할 수 있다면 누가 센터를 지원하겠는가. 국내 초, 중, 고등학교 선수들은 센터를 제외한 포워드나 가드를 지원할 것이다. 신장이 2m가 넘는 장신들도 골밑에 있기 보다는 외곽에서 슛을 던지는 가드, 포워드 훈련을 하게 될 것이다. 씨가 마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프로농구가 되면서 재미를 주고자 용병을 허용한 것은 흥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프로는 일단 팬들에게 재미를 줘야 하니까 그동안 국내 선수들이 보여준 외곽슛 일변도의 양궁 농구보다 골밑에서 몸싸움하고 덩크할 수 있는 탄력이 좋은 외국 선수들이 보여주는 농구기술은 국내 프로농구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여 국내 빅맨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같이 제도화 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사람의 출연으로 그로 인해 국내 팀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룰을 개정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프로스포츠는 물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팬서비스와 저변확대다. 신장이 크고 기량이 좋은 외국 용병들이 골밑에서 블럭슛하고 덩크를 하면 팬들은 좋아할 것이다. 대신에 그만큼 국내 빅맨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고 국내 선수들의 가드, 포워드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며 결국 국내 농구에는 센터는 없는 농구가 될 것이다.

용병의 신장제한을 폐지한 것도 문제지만 그 계기가 하승진의 국내진출,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각 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기네 팀의 승리만을 위한 농구가 된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용병이 판치는 필리핀, 대만 리그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블로그 이미지

스마트하려고 노력하는 학주니

학주니의 시선으로 본 IT 이슈와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대한 블로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