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오는가? 보통 플랫폼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IT 세계에서의 플랫폼은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어떤 무엇인가를 저장하고 실행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플랫폼은 과거에서 지금까지 많은 의미의 변화와 분리가 진행되어왔다.

 

초창기 플랫폼은 운영체제를 뜻했다. 초창기 MS가 IBM에 납품한 DOS나 CP/M, UNIX 등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Windows와 Mac OS, Linux 등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런 운영체제가 플랫폼의 개념으로 통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시기인 2000년대 중반에서는 인터넷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웹서비스가 실행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저장공간이 되었고 실행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운영체제에서 인터넷으로 플랫폼의 의미 흐름이 넘어갔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클라우드가 플랫폼으로 불리고 있다. 인터넷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가 실행되고 데이터가 저장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분석되고 다른 결과물로 다른 서비스에서 이용된다. 사용자가 클라우드 환경에서 앱을 만들어서 실행시킬 수도 있다. 마치 과거의 운영체제에서 앱을 개발해서 돌리거나 인터넷에서 웹서비스를 만들어서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IT의 메인 스트림이 운영체제에서 인터넷, 그리고 클라우드로 개념자체가 옮겨가면서 플랫폼에 대한 개념도 같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플랫폼에 대한 개념이 또 세분화되는 듯 싶다. 과거 플랫폼의 의미는 거대했다. OS, 인터넷, 클라우드와 같은 뭔가 좀 거대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왜? 모든 것을 다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개념 중 가장 큰 부분을 모든 것을 다 실행할 수 있고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최근에는 플랫폼의 개념이 모든 것을 다 담는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작은 것을 담고 실행하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종류의 앱이 실행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종류의 데이터 형태를 다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서비스에 의해 규격화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실행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플랫폼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플랫폼에 대한 개념 변화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되는 페이스북은 그 자체로도 서비스지만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다양한 앱들이 실행이 된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OpenAPI를 이용해서 페이스북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페이스북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페이스북을 SNS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규정지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 플랫폼 안에 페이스북이라는 또 다른 플랫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페이스북마저 거대 플랫폼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플랫폼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페이스북에 최근 인수된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진 공유 서비스가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자체 서비스에 저장하고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텀블러, 포스퀘어, 플리커 등의 다양한 서비스에 공유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최근 인스타그램은 인스타웨더(Insta Weather)나 인스타플레이스(Insta Place)와 같은 서비스를 런칭했다. 인스타웨더는 사진을 찍고 날씨를 그 사진에 적어줌으로 기존의 사진 공유에 다른 재미요소를 넣었다. 인스타플레이스는 인스타웨더처럼 사진을 찍고 장소를 그 사진에 적어준다. 인스타웨더 역시 장소를 기입할 수 있지만 인스타플레이스와는 좀 다른 형식으로 넣어준다. 여하튼간에 두 서비스 모두 기존 인스타그램에서 활용하는 필터 방식의 사진 편집이 아닌 원 사진에 다양한 효과를 추가함으로 사진에 대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두 서비스 모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하도록 지원한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직접 공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보내고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활용하도록 함으로 인스타그램이 사진 공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결국 인스타그램이 또 하나의 작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좀 다른 케이스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예가 또 있다. 에버노트의 예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에버노트는 메모 어플리케이션이다. 에버노트의 강점은 모바일 앱과 웹, 데스크탑 앱을 모두 지원하고 동시에 동기화가 진행되어서 모두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버노트의 진정한 강점은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OpenAPI를 지원해서 에버노트를 이용한 다양한 앱을 만들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일단 에버노트에서 제공하는 에버노트 푸드(Food)나 에버노트 헬로(Hello)와 같은 앱은 에버노트에서 만들었지만 각기 서로 다른 앱이다. 하지만 이 앱에서 만든 데이터는 에버노트에 저장이 된다. 즉, 에버노트가 공통 저장공간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에버노트에서도 검색이 되고 열람이 가능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에버노트에서 제공하는 트렁크 공간에 가보면 에버노트를 활용하는 다양한 서비스, 어플리케이션들이 많다. 그리고 에버노트를 활용하는 다양한 디바이스까지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에버노트가 좀 특이한 케이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에버노트 몰스킨의 경우 몰스킨에 적은 내용을 에버노트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깔끔하게 저장이 되고 특수하게 제작된 스티커의 경우 에버노트에서 태그로 인식되는 등 에버노트의 다양한 기능을 물리적인 부분에서 활용하게 만들고 있다. 라이브스크라이브와 같은 스마트 볼펜은 에버노트와 연동되어 글씨나 그림 뿐만이 아니라 음성까지 시간별로 저장해서 열람하게 함으로 더 효과적인 메모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보통 같은 공간에서의 서비스가 연동되어 플랫폼을 형성하지만 에버노트의 경우에는 웹,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서비스 기반을 포함해서 비서비스 기반인 볼펜, 몰스킨 다이어리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좀 특이한 케이스지만 플랫폼의 확장이라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예라고 본다.


이렇듯 과거의 규모가 큰 플랫폼의 의미에서 점점 작은 규모의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즉, 예전에는 거대 서비스 회사나 IT 기업들이나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벤쳐회사에서도 접근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이것을 요즘 좀 어려운 말로 '버티컬 플랫폼'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냥 쉽게 얘기해서 전통적인 플랫폼의 의미가 아닌 작은 규모의 플랫폼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고 해석하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간에 활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조금씩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로 규모를 키운다면 그것이 곧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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